그 외 만들기

정말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까

Aㅏ서 2025. 4. 25. 18:02

완전히 취미공간이었던 작업실을 없앨 생각으로 그동안 만든 것들을 아주 많이 버렸다.

레진을 시작한지 햇수로 10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거의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양이 많을 수 밖에 없었지만,

현타가 너무 대단했다 ...

 

이전에도 만들기를 좋아했고, 당시엔 1/6 이하 관절 인형이 매우 마이너였기 때문에 강제로 인형관련 물품을 자급자족 하기도 했지만 레진을 접한 이후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웬갖 도구, 재료를 엄청나게 많이 구입했다. 당연히 만들기도 왕창 만들었다.

 

레진은 아무튼 섞고 붓기만 하면 무언가는 완성되는 장점이 있다는 게 문제다. 몰드만 많다면 하루에도 수백개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 "탈형하는 재미" 따위에 익숙해지면 세상에 웬갖 모양의 무언가를 탄생시키는데 결국 이것들 중 많은 수가 서랍에 좀 놓여있다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면 그냥 돈, 에너지, 시간 들여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강력한 현타가 왔다.

 

나는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만들었을텐데. 난 꽤 자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떠올리면서 굳이 이런걸 내 손으로 만드는 이유가 뭘까 고민한다. 그러면서 교반 비율은 맞는지, 색 농도는 적정한지, 기포가 생기진 않을지, 이물질이 혼입되지 않았을지 신경썼을텐데. 진짜로 정성 가득한 환경오염물질 .........................................

재료도 아깝고 ............................................... 

 

비즈공예, 리본공예, 목공예, 뜨개질, 바느질로 만드는 것들, 아무튼 아주 많은 공예들이 재료를 일부나마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레진은 그것도 안된다. 녹일 수도 없고 부수기도 힘들고 (부숴도.. 어따씀?) 걍 개~노답인 부분이다

 

그렇다고 쓸모가 많은가하면?

물론 레진은 액체에서 고체가 되는 아주 범용성 높은 재료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활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른 것이다. 테이블도 되고 바닥 마감 재료도 될 수 있지만 어차피 대부분은 작은 악세사리, 키링, 컵 코스터나 만들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대체로 예쁜 것으로 쓸모를 다 하는 품목인데 매번 "그 정도로" 예쁜 것을 만들고 있는지 자문한다면 .............

 

썩 예쁜 것을 만든다 하더라도  ... 황변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적이다; 그래서 투명한 작업을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색을 넣어 만든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 황변 온 티가 난다. 얼마나 오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이걸 만들면서 발생하는 낭비와 오염이 정당화될까?

 

 

뭘 위해 만들고 있는 걸까? 이제 과정만으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과정을 즐기면 환경오염 ㅇㅋ~가 아니니까.

이제는 정말로... 좋은 재료들로, 목적이 명확한 것들만 만들어야겠다. 아주 예쁠 거라 예상하는 디자인이나 적어도 나에게만이라도 새로운 것. 누군가에게 선물할 것. 아무튼어쨌거나 누군가는 어떻게든 쓸 것. 쓰일 것. 반드시.

레진 고를때 기준은 (원래도 그랬지만) 오직 황변저항 뿐인고야 ...

 

 

 

아무튼... 25년 1/4분기 사진 모음

 

 

30mm 헤드 요술봉들. 크기가 커져서 만들 때 어색하다.

6파이 파이프에 5미리 비즈가 들어가서 매우 신났는데 지금 봐도 너무 좋당

 

사진은 안맞는 렌즈 억지로 어댑터 물려 썼더니 해상도가 구려진 것 같음ㅎ

 

 

말도 안되게 허접하게 생긴 리본 열 재단기(알리에서 3달러대) 뒷면은 더 말 안되는데 두께감있는 벨벳리본도 잘린다.

유용하긴한데 화상 입을까봐 무서워하면서 쓰고있음(정확히 말하자면 무서워해야 화상을 안입을 것같음) 그리구 몸에 정말 안좋을 것 같다..................

 

오른쪽은 50mm 리본으로 만든 왕풍성거대 리본인데 리본공예는 알면 알수록.... 그냥 단순한게 활용도가 훨씬 좋은 것같아서 ... 이런저런 레시피를 배우는게 재미는 있지만, 솔직히 활용은 못하겠다. 아직 넘 허접이라서 판단할 자격이 없을지도ㅎ

 

그리고 리본이 연습용으로 구매한 진~짜 싸구려인데 저렇게 주름을 많이 잡아놓으면 싸구려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드는게 정말 신기했다. 유튜버들이 싸구려 리본(심지가 스티로폴로 되어있다는 특징이 있다)을 많이 쓰는게 이해가 안 갔는데, 완성하면 별로 티가 안나서 그런가보다.

 

 

작업실 정리 중에 찾은 15년된 리본. 비닐도 안뜯다니..;;

위는 흰색 민자이고 아래는 체리 무늬인데 나는 정말 골지리본을 좋아하지 않나보다

 

 

아서는 실루엣카메오를 학대해

아니 이 시트지 ㄴㅓ무 비싸서 눈물이 났는데 (롤로 구입해도 색종이 크기 150*150 기준 500원임 ㅠㅠ)

이뿌긴 이뿌네염

 

 

곰돌. 그리고 쉬폰리본 (다루기 너무나어려움!!!!!!!!!!)

재료를 진짜 마이 샀따....... 리본을 한 100롤 산거같애......... 곰돌도 마니 사고... 이것저것 .......

 

 

압화 이제 안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ㅡㅡ

 

그 와중에 물망초는 선명한 것 보게 ... 로벨리아는 녹색 부분만 어케 하면 괜찮을 것같다.

로벨리아는 꽃도 왕창 피고 키우기도 쉽고 번식도 쉽고 압화도 쉽고 꽃 색도 잘 유지되고. 세상에 이런 효녀 없습니다

 

 

잘못만든건데 뭔가 의도한것처럼 보이는 ...

투명레진층을 먼저 깔고, 다 굳기 전에 그 위에 흰색 레진을 붓는 바람에 절케되었다

 

 

왼쪽사진의 저.......... 노랗게 된 부분도........ 변색임

매니큐어(흰부분)+2액형 레진이 닿은 곳은 변색이 되었고

매니큐어+uv레진이 닿은 부분은 여전히 하얗다

 

그리고 버려진 레진조각들...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양말 뭐람)

 

 

나에게이런

상처를 줄 수가 잇어?

 

 

구입한 재료인데 황변이 왔다 ...

 

 

인형 물품 만들기. 진짜 미친듯이 못만든 안구....... 실화? 저렇게 허접한데도 시선이 따라온다는게 신기하다.

 

 

진짜 딸기를 얻어다 만든 딸기 실리콘 몰드. 입체 몰드가 처음이라 몰드 자체도 썩 못만들엇지만,

딸기 털ㅋㅋ 이 실리콘에 꽂힌채 남아있어서 그게 너무 웃겼다 ....... 몇번 레진 붓고 탈형해야 없어질 것같다.

 

이런 문제 때문에 딸기 몰드를 그냥 사서 만들었는데 크기에 비해 딸기 씨앗 표현이 넘 촘촘해서 별론거같다.

어느샌가 많아져버린 UV레진을 펑펑 쓸 수 있어 좋았다 ;;;

 

 

내가 와기 인형러이던 시절 실루엣같은 기계를 가질 수 있었더라면 정말 행복했을텐데!

 

대구에서 옥옥에게 실크플라워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이날 나는 옥에게 실루엣카메오 사용법+응용방법을 브리핑했었는데,

실크플라워용 원단도 잘 잘린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여러가지 소재의 커팅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옥은 카메오 사용한지 하루만에 이미 카메오 활용 잘하는 사람 상위 1%안에 들어버린것같았다 증말 재밌었다...

 

(사진 불펌)

옥이 이런 사진 올려줄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다!! 세이브된 시간으로 더 많은 작업을 해줄테니 그것도 좋지만,

몸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최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아 몸, 특히 손을 아껴주세요 어떤 기계도 내 몸보다 비싸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서문시장에서 구입한 기여븐 리본들과 수건.

 

 

-끝-